구약 성경에는 많은 예수님의 예표(typology))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 예표를 찾은 방법
특별히 인물일 경우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그 인물 전체의 삶이 예수님을 예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인생길에 가끔 가다가 등장하는 특정한 한 장면, 한 장면이 앞으로 오실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29장 본문에서도 예수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있다. 그것은 집을 떠난 야곱이 이방 땅 하란에 도착하여 우물가를 찾아간 부분이다. 그는 이곳에서 불신자였던 여인 라헬을 만난다. 라헬은 야곱을 만난 후 그와 결혼하여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 간다.
이것은 요한복음 4장에 나온 예수님의 모습과 흡사하다. 예수님은 당시 유대인들이 가지 않았던 땅 사마리아 땅의 한 우물을 찾아갔다. 그것은 불신자였던 한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일을 통하여 여인은 믿음의 사람이 되어 예수님과 동행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그렇다 본문의 야곱은 연인을 만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우물가로 갔다. 그곳에서 라헬을 만나고, 야곱은 우물물을 퍼서 먹였다. 그가 우물물을 퍼낼 때에 의미심장한 일을 하나 한다. 그것은 우물을 덮고 있는 돌을 옮긴 후에 먹이는 것이다.
이 모습은 후에 예수님이 돌판에 새겨진 십계명(율법)을 치워 버리고 생명수를 먹이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것이 본문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예표이다.
이번에는 야곱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자. 그것은 그를 하나님의 택함 받은 자녀의 관점이다. 그에게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가. 그가 하란 땅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을 살펴본다.
야곱이 집을 떠나 막 하란 땅에 도착을 했을 때의 상황에서 본문에 한국말 성경에 빠진 단어가 있다. 그것은 히브리어로 ‘히네’이다. 이 단어는 야곱이 막 우물에 도착했을 때(2절)와 우물가에 도착한 야곱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외삼촌 라반의 소식을 물은 직후에도 등장한다.(6절)
이 단어의 뜻은 ‘보라’라는 감탄사이다. 주로 구약의 다른 곳에서 ‘마침(at the right moment)’이라는 뜻으로 번역되었다. 대표적으로는 룻이 이삭을 줍기 위하여 보아스의 밭에 갔을 때에, 하필 그 순간 보아스가 일꾼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자기 밭을 찾아온다. 그 때 성경은 ‘마침(!) 보아스가 베들레헴에서 왔다’(룻2:4)고 한다.
그렇기에 이 ‘히네’의 뉘앙스는 이렇다. ‘세상에, 어쩌면, 마침(!)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라는 느낌이다. 무슨 말인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우연을 가장하여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 우연을 가장한 인도
성경에는 이런 하나님의 인도가 너무나 많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특징은 대부분의 경우에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귀가 잘 맞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아브라함의 늙은 종이 우물가에서 리브가를 만난 일,(창24:15), 요셉이 구덩이에 빠진 후에 애굽으로 가는 상인에게 팔린 일(창37:25) 빌립이 이디오피아 내시에게 침례를 준 일(행8:30) 등이 모두 ‘히네(마침)’로 벌어진 사건이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히네(마침)’가 야곱에게 일어났고, 이것은 모두 ‘우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인도’이다. 이렇게 야곱은 하나님의 인도로 하란에 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외삼촌 라반의 딸들과 결혼을 한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일이 생긴다. 그것은 이상하게도 하란에서 야곱의 모든 일이 잘 안 풀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러하다. 외삼촌에게 결혼 사기를 당한다. 이로 인해 원하지 않은 그의 큰 딸과 결혼하게 된다. 그 뒤 사랑하는 라헬과 결혼했으나 두 자매(레아&라헬)의 잦은 분쟁으로 가정에 평화가 없다.
이렇게 14년을 삼촌을 위하여 무보수로 일한 후에, 보수를 받기로 하고 6년을 더 일을 했다. 그러나 삼촌 라반이 열 번이나 그의 품삯을 속였다.(창31:7) 되는 일이 없다. 그는 원하는 재물은 모았으나 삶이 피폐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든다. 앞서 그에게 있었던 ‘히네(마침)’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하나님을 온전히 알 수 있는 도구는 ‘개인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 경험을 통한 깨달음
야곱은 이전부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난 적은 없다. 처음 만났을 때가 집을 나와 도망가던 중 ‘벧엘’에서였다. 그러나 그 때에도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아니었다. 단지 이전에 없던 단순한 경험이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이 그를 하란으로 보낸 것이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사기꾼의 대부 외삼촌 라반을 만난다. 야곱은 이 라반을 통하여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된다. 특별히 결혼을 할 때에 삼촌과 큰 딸 레아에게 속아서 결혼을 한다. 이것은 자신이 어머니 리브가와 짜고 아버지 이삭을 속였을 때의 상황과 아주 비슷하다. 삼촌 라반을 위해서 20년을 일했으나 계속된 삼촌의 농간에 마음과 영혼이 피폐해졌다.
그는 이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하여 인생이 자신의 계략으로 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오로지 하나님 만이 믿을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그 때 비로소 그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을 한다.(창31:2,3)
이런 이유로 성경은 신자에게 어려운 상황이 생기는 이유를,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사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한다.(신8:3)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큰 업적을 이루어서 영광을 돌리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관심은 나에게 있다. 내가 변하는 것을 원하신다. 일의 성과가 아닌 ‘나’이다. 내가 가난한 마음,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오는 것에 더 큰 마음이 있다. 이것이 야곱이 환란 중에 깨달은 진리이다.
● 나눔 질문
1. 설교 말씀을 들을 때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나누어 보라.
2. 혹시 본문에서 보여지는 또 다른 예수님의 예표가 있는가. 나누어 보라.
3. 내 인생 속에 벌어졌던 ‘히네(마침)’이 있는가. 나누어 보라.
4. 그 일을 통해 내가 깨달은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그 깨달음으로 내게 변화가 생겼는가.
5. 야곱에게 칭찬 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Comenta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