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거룩은 우리의 노력과 수련으로 빚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크게 데미지를 입을 만큼 충격을 받아 뼛속까지 깊은 깨달음을 얻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다. 야곱의 일생이 이 모든 일을 대변한다. 야곱은 얍복강에서 하나님을 붙잡는 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그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변하지 않은 야곱
그는 형과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 대가로 20년을 도망자의 신세로 살았다. 그 도망자의 삶을 끝내는 순간이 형 에서와의 만남이다. 그런데 위기라 여겼던 그 만남이 문제없이 넘어가자 형 에서에게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그는 형에게 ‘형이 살고 있는 세일로 천천히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인 세겜으로 갔다. 형을 또 속였다. 그는 그곳에서 평생 처음으로 하나님께 제단을 쌓았다.(33:20)
그가 ‘세겜’에 제단을 쌓았다는 것은 그의 인생의 방향을 하나님께 고정하고, 이제 그분을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온전한 신앙인이 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원래 하나님과 약속한 곳은 ‘벧엘’이기 때문이다.(31:13) 이것은 약속과 다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금 야곱의 상태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그에게 또 다시 손을 든다. 그것이 바로 세겜 땅에서 벌어진 잔혹한 사건이다.
● 세겜의 잔혹한 사건
야곱이 세겜에 자리를 잡을 때에 그의 딸 디나가 그 땅의 추장 세겜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 후 세겜과 그의 아버지가 야곱을 찾아와 디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청한다. 그런데 뜻밖에 야곱이 잠잠하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그는 딸이 강간당한 그 순간에도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겜이 비록 디나와 혼전 성관계를 가졌지만 디나와 결혼을 하면 책임을 지는 것이며, 디나는 추장의 아내가 된다. 또한 이렇게 아버지와 함께 와서 조르는 것을 보면 정말로 디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혼수로 원하는 것을 다 주겠다고 하니 야곱 자신의 재산도 불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34:11)
야곱이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데 디나의 오빠 두 명(시므온,레위)이 이 결혼을 박살낸다. 세겜의 사람들에게 할례를 받으면 동생 디나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정작 할례를 받으니 거동이 불편한 3일째에 칼을 차고 들어가 세겜 땅의 모든 남자들을 전멸한다. 이것 역시 야곱의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때 야곱이 두 아들 시므온과 레위에게 호통을 친다. 그 이유는, 야곱의 가족들은 이방인인데, 본래 거주민들이 이 사건을 들으면 연합하여 야곱을 칠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34:30)
너무나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야곱은 이 말을 전하면서 그 기준이 몽땅 ‘나’이다. ‘내게 화를 끼치고, 나는 수가 적고, 나를 치고, 죽이고, 나와 내 집이 멸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34:30) 이 짧은 문장에 일곱 번의 ‘나’가 나온다. 무슨 말인가. 그는 딸이 강간을 당하는 순간이 와도 이 일이 ‘내게 유익이 될 것인가, 손해가 될 것인가’를 계산한다. 그의 선천적 근본 성향이 바뀌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제 오도가도 하지 못하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처지가 되었다. 그 때 또 다시 하나님이 등장하셨다. 그리고 야곱에게 오래 전 그와 한 약속을 상기시키셨다. 그것은 ‘벧엘로 돌아가서 제단을 쌓으라’는 명령이다.(35:1)
● 벧엘로 돌아가라
야곱은 이 음성을 듣고 비로소 하나님이 원하는 신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 후 그는 한 가지 행동을 취한다. 그것은 자기의 집안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우상을 상수리 나무 아래에 묻어 버리는 것이다.(35:4) 이는 그가 얍복강에서 하나님을 붙들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하나님 외에 붙드는 우상이 많았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이 우상들과 함께 자기에게 가장 큰 우상이었던 자기 자신을 함께 묻는다. 드디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신자가 무엇인지를 깨달아 그 분 앞에 온전히 순복하고 있는 것이다.
왜 하나님은 이토록 야곱에게 집념을 보이실까. 그것은 하나님이 야곱에게 한 약속 때문이다. 하나님은 약 27년 전 고향을 떠나는 야곱에게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 때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고 약속하셨고, 이 약속을 묵묵히 지키고 계신 것이다.(28:15)
야곱은 이 약속을 잊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잊지 않으셨다. 그렇기에 그는 야곱에게 여러 가지 사건을 만나게 하시고, 이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고 계셨던 것이다. 결국 야곱은, 이 야곱보다 고집스러운 하나님의 집념에 의하여 하나님의 사람으로 빚어지게 된다.
이 약속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 ‘주께서 빚으시기를 원하시는 내 모습이 무엇인가, 하나님의 자녀로 내가 서려면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만일 이에 대한 답을 얻었다면, 이제 내가 하나님 외에 의지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분이 원하시는 삶으로 담대히 발을 내딛어야 한다. 그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시는 것이다.
야곱은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벧엘로 향한다. 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당장에 야곱의 가족을 칠 것으로 생각했던 가나안 땅의 모든 족속들이 야곱을 그냥 가게 둔다. 이는 하나님이 그들을 두려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35:5) 그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사람의 변화는 결코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의 손길로 인하여 빚어지는 나의 인생이 결국에는 변화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 나눔 질문
1. 설교 말씀을 들을 때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나누어 보라.
2. 내가 예전과 바뀌었다면 그 계기가 무엇이었나.
3. 하나님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서원 혹은 기도가 있는가. 무슨 이유였는가.
4. 온라인으로 예배할 때와 대면으로 예배할 때에 개인적인 느낌을 말해보라
5. 내가 하나님 말고 가장 의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내게 어떤 유익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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